그와 그녀의 집은 벽을 하나두고 위치해있고 세상 그 누구보다도 가까이에 있다
벽을 사이에 두고 옆집에 살고 있는 그녀
(이유는 알 수 없지만 그녀는 영화속에서 내내 남자라고 이야기합니다.)
너와는 사귈 수 없다는 것을 아무런 감정없이 무덤덤하게 이야기합니다.
언제나 불행의 시작은 남들이 흔하게 하는 소소한 일상의 행위들에서 멀어져 있다는 공통점이 존재합니다. 역시 12살에 흡혈귀에게 물려서 성장이 멈추어버린 (실제로 그랬는지에 대한 설명은 나오지 않지만 너의 생일이면 부모님이 기억하고 있을거라는 물음에 소녀는 아무런 말을 하지 않고 슬픔이 가득한 눈으로 땅바닥만 보고 있을때 느꼈습니다.) 소녀에게는 다시 되돌아갈 수 없는 추억에 불과합니다.
그 슬픔을 아는 모르는지 알턱이 없는 순수한 소년은 그녀에게 자신이 사용하는 물건을 하나 건넵니다.
작은 선물을 건네주는 소년 용케도 소녀는 그걸 정확하게 다 맞추어버립니다. 그 소년만을 생각했던 걸까요?
자신이 불가능하다고 판단되는 어떤 것을 자신도 모르게 받아드리게 되는 그 순간부터 우리는 묘하게도 작은 것들을 바라게 됩니다.
어느날 문득 소녀는 소년의 집에 찾아서 문을 두드리고 자신을 초대해달라고 말합니다.
시니컬한 소년은 아무도 방해할 사람도 없고 너가 왔으니 그냥 들어오면 된다고 말합니다.
사실은 기뻤던 거죠. 기쁜일임에도 전혀 아무것도 아닌 것처럼 말이죠.
바로 분노하는 소녀를 달래곤 이후 소년은 소녀의 입장에서 이해하게 되고 피범벅이
된 옷을 갈아입는 장면을 몰래 본 소년은 결국 그녀가 여자라는 것을 알게 됩니다.
처음이자 마지막 키스를 할때 눈을 뜬 소녀와 눈감는 소년의 차이점은 없습니다.
운명을 알고 체념한 소녀의 안녕이라고 말하는 눈빛과 이제서야 운명을 받아드리기 시작한 소년의 떠나보내기 싫은 느낌만이
존재하는 거겠죠.
첫 키스장면 소녀는 그를 쳐다봅니다. 마치 안녕이라고 말하는 거 같아요.
그녀를 생각할때 소년은 언제나 눈을 감게됩니다. 그래서 태어나서 처음으로 느꼈던 사랑의 감정과 슬픔의 감정을 느끼게 되지요.
어쩌면 코흘리게 소년에게 있어 이런 삶의 체험은 주체할 수 없는 일이겠지요. 막 헤어진 그녀를 생각하는 바로 그시기에
소년이 흐르는 콧물도 잊은채 그녀를 생각합니다.
조금은 억지스럽게도 (실제로 그런일이 일어날 수 있느냐에 대한 물음과는 상관없이)
소년은 집단 괴롭힘을 당합니다. 물속에서 5분이상 버티면 아무일 없이 가고 그렇지 않으면 눈을 파버리겠다고 하죠.
의외로 소년은 차분하게 살려달라는 비명도 없이 잘 버팁니다. 당할때 홀연히 나타나 주인공을 도와줍니다.
그 둘은 그렇게 서로를 믿고, 서로에게 의지하며 사랑했던 걸까요?
마지막 장면이 조금 어리둥절함에도 지극하게 일어나는 소년의 감정과 소녀의 감정이
소녀가 흡혈귀라는 설정으로 인해서 스릴러로 표현되지만 사실은 사랑이야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