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08-11

나쓰메 소세키 - 마음


어린시절 나는 어머니가 없어도 어디서나 사람들이 있으면 울지도 않고 시간가는 줄 모르며 잘 노는 그런 순한 아이였다. 종종 이러한 장점(?)으로 인해서 외할머니집에 맡겨지곤 했다.

2년차 남자아이 둘은 어머니 혼자서 감당한다는 것은 쉬운일이 아니다. 물론 둘다 말을 잘 듣고 고분고분하면 좋겠지만 그렇지 않다면 정신없는 것이 바로 아이를 키우는 것이다. 그런 이유로 어디서나 잘 어울리며 노는 내가 외가집에 맡겨지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수순이였다.  

도움이 되기위해서였는지는 몰라도 나는 어머니를 그리 찾지도 않았고 어디서는 사람들이 있으면 잘 놀고 잘 먹고 잘 지냈다. 이런 이유로 나는 종종 할머니집에 맡겨지곤 했다. 할머니 집에서 한참을 놀다가 집에 갈 시기가 되어 어머니가 집으로 데려갈려고 해도 집에 가려고 하지 않았다.

이런 유년의 경험탓에 집에 대한 추억보다는 할머니댁에서의 추억이 더 많다. 30년이 지난 지금도 할머니와 함께 시장을 갔던 기억이 생생하다. 시장에 갔으니 귀여운 손주에게 이것저것 사주고 싶은 것이 할머니의 마음이다. 할머니가 이것저것을 사준다고 해도 나는 그냥 고개만 설레설레 저었다.
"과자 먹을래?"
"아니."

"그럼 포도 먹을까?"
"아니. 할머니"

"그럼 머 먹고 싶은 거 없어?"
"응, 먹고 싶은 건 없는데... 자꾸 마음속에서 저 기차를 사라고 해"

"어이구 그래? 하하하하하"

순간, 그 기차 장난감은 외할머니 집 거실을 차지하고 내가 가장 좋아하는 장난감이 되어 있었다. 나는 마음이 강하게 원하는 것이 내가 아니라 내 안에 있는 마음이 요구한 사항이었고 나는 그것을 삼자의 관점에서 충실히 이행했다. 그리고 그건 내가 아니라 내 마음이 시킨 일이라고 이야기를 했다.

사실 장남감을 사달라고 하면 어머니한테는 혼날 가능성이 있고 할머니에게 졸라서 샀다고 하더라도 꾸중은 면할길이 없다. 하지만 그 때 내 맘을 알아준 할머니만큼이나 손주에게 무엇인가를 사주는 할머니의 마음도 흐믓하기는 하셨나보다. 사고싶은 마음을 전했던 외할머니도 이때에 이야기를 하면 언제나 흐믓해 하신다.

개인의 마음과 나를 어떻게 생각하느냐에 따라서 표현되거나 전해지는 느낌에는 분명히 그 차이가 존재한다. 나름대로의 격이 존재한다고 할까?  그 격이 달라지는 이유는 여러가지가 있지만 그 중 하나는 마음씀씀이가 아닐까? 스스로도 다 알지 못하는 자기자신의 마음과 상대방의 마음 말이다.

그 누군가를 만나서 알 수 없는 이유로 어떤 관계를 맺고 싶은 사람도 있고 특별하게 관계까지는 아니더라도 어떤 사람이고 무엇을 생각하며 사는지 아니면 특별한 이유없이 그저 잠깐동안 혹은 평생 함께 있고 싶은 그런 사람이 있다. 그리고 왜 그 사람에게 그런 느낌이나 마음이 생기는지를 묻는다면 특별한 이유를 대기보다는 그저 "그냥"이라는 대답이 가장 솔직한 대답은 아닐까?

저마다 우리는 나름대로 우연으로 혹은 우연같은 필연으로 누구가와 인연을 맺고 마음을 풀어놓기도 한다.


그런 할머니의 마음을 만나듯이 나는 이 책을 읽었다.
나쓰메 소세키의 "마음"

불현듯 나의 마음은 이렇게 요구하고 있었다.  

마.음.대.로.  살.아.가.는.  삶.이.  아.니.라,
마.음.의 요.구.를.  충.실.하.게.  따.르.며.  살.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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